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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매드 영상에서의 순수한 '연출'에 대해 고민해보자

영낙장 2024. 3. 4. 12:00

3/4 (월)
12:00
영낙장 <지금, 이곳.
22:00 양정훈
 
3/5 (화)
12:00 김태양
22:00 프로듀서
 
3/6 (수)
12:00 바셀린
22:00 꽃세계
 
3/7 (목)
12:00 스키튼
22:00 피미
 
3/8 (금)
12:00 용가리
22:00 정지민
 
 
 
 

대표작 &lt;7인의 사무라이&gt; , &lt;라쇼몽&gt;

 

"모방의 의심을 두려워 남의 작품을 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중요한 것은 영향이나 모방이 아닌 얼마나 독창적으로 재해석 했느냐 하는 것이다." 

 - 구로사와 아키라

 
 
 우리는 합성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합성물은 엄연한 2차 창작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군다나 네타를 잘 살리기를 중요한 평가 대상으로 삼는 합성계에서는 소리매드로서 표현할 수 있는 창작력의 한계치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영낙장의 작품 미도해부의 한 장면

 
이 장면의 소스는 영화 '올드보이'이고 곡은 '소녀해부'입니다.
올드보이의 명장면인 복도를 가로지르는 원테이크 격투씬을,
소녀해부라는 곡의 상징적인 장면인 수직으로 올라가는 카메라 무빙과 결합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작품에서 제가 한 것이라곤 이 두 예술가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결합한 것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합치는 것 또한 창의적인 결과물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영상만의 고유한 주제를 담기는 어렵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빠 진짜 이 바보!! 미쳤어!! ㅎㅎㅎ"
이 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일까요? 정말 자신의 남자친구를 비난할 목적으로 말하는 걸까요?
아니죠! 이 여자의 진짜 의도애정을 표현할 목적이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언어 외의 뜻, 숨은 뜻서브텍스트(SUBTEXT)라고 합니다. 일종의 은유죠.
제가 대사나열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이 서브텍스트에 기반합니다.
툭툭 배치한 대사들로 어떤 한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죠.
후술 할 내용을 읽어보시면 더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최근에 본 인상적이었던 음매드 장면의 연출 두 개를 같이 보겠습니다.
(평소에 음매드를 그렇게 많이 안 봐서 두 개만 꼽았습니다ㅎㅎ)
 
 
 
 
 
 
 
 
 
 
 
 
 
 
 
 
 
 

침착맨 - 걱정말아요 그대

https://youtu.be/8mSm0hlN8yI

 
 
박상주인의 한줄평 :

" 그 리코더 소리와 미키마우스는 뒷통수로 남아버렸지만 그럼에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

 
 
 

크리에이터 소재 경연합작 '라스트 원 스트림' 2라운드에 미키마우스 팀이 투고한 작품입니다.
음원 영상을 성삼문님 혼자 하셨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좋아하고 투표까지 한 사람으로서 꼴찌 탈락이라는 결과는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정말 큰 무기는 바로 시대를 읽어내며 보여주는 호소력일 것입니다.
올타임 최고의 듀오였던 침펄 조합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던 2023년 7월, 이미 침착맨 소스로 팀을 정해버린 미키마우스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심지어 팀 이름도 미키마우스인데 ,
주호민이라는 소재를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리스크가 매우 큰 결정이였을 겁니다.
 
 
 

이것은 당시 성삼문님의 회고입니다.

 

 
 
 Q. 주호민 고소 사건이 터졌을 때 팀 내 분위기가 어땠나요?  

 

A. 원래도 그 팀 자체가 정면하고 제가 거의 다 하는 팀이었는데, 정면도 접고, 그 상태에서 사건까지 터지니까 팀내에 거의 다른 분들 의욕이 사라졌었죠.

 
 

 Q. 그럼 사건이 터지기 전 만들다가 사건 후 폐기하게 된 작품이 있으신건가요?  
 
A. 음 폐기한게 있긴하죠. 원래는 3분 분량정도의 침펄풍을 소재로 한 '빙고'를 내려고했어요. 음원 반정도 만든 상태에서 사건이 터지고 팀내부적으로도 별로 상황이 안좋았었고, 그래서 '걱정말아요 그대'로 변경을 했죠 

 
 

그러나
이 작품은 오히려 위기를 그 작품 안의 주제로서 활용합니다. 아마 이 작품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떠나간 사람의 그리움은 주호민 실린 뉴스나 신문기사가 아닌 그저 빈자리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표현해 냅니다.

저는 이 작품이 시작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첫 이미지로 침착맨의 뿌리를 찾아서가 영상 화면 보여지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라는 가사가 떠오르며 시작합니다.
침착맨이 캐리어를 끌고, 기차를 탄 후, 전주로 떠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모든 전후 상황을 알고 있는 우리는,
단순히 전주로 향하는 침착맨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기서 앞서 말한 서브텍스트가 적용됩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영상 자료와 지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가사가 맞물리며
걱정 없던 나날들을 많이 그리워하며 힘들어했던 침착맨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올라탄 기차처럼 떠나야하는 그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로 전해지는 것이죠.
 
가사 또한 그러한 행위 자체에 대하여 의미는 남는다며 긍정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든 그동안 함께해왔던 시간들이 의미 없지는 않았다.
후회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소 침착맨을 좋아하는 한국인 분들이라면 이 인트로에서부터 마음이 씁쓸해졌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런 감정을 끌어내기에 정말 교과서적인 답변입니다.

저를 또 한번 감정적으로 자극시킨 부분은 역시나 여기입니다.

 
이런 기가막힌 연출은 화려한 퀄리티보다 더 큰 을 가집니다.
팀 이름에 걸맞게 인천에 나타난 미키마우스를 대사로 차용하였고,
카메라가 돌아가 호민의 모습을 보여주기 직전 끊어 하이라이트로 넘어갑니다.
이런식의 간접적인 등장은 그의 존재를 오히려 더 부각시키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에는 그의 직접적인 등장이 거의 없습니다.
잠깐 작게 리코더를 부르거나 어둠에 가려져 있고나 뒷모습으로만 나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 내내 그의 자취는 강하게 베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라는 한번 더 가사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지나간 것이란, 당연히 침펄이라는 조합을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침착맨을 중심으로 짜여진 영상은 그리움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단순히 침착맨 + 걱정말아요 그대가 아닌 그 이면의 서브텍스트를 읽어야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였습니다.
 
 
이 연출에 대한 제작자 성삼문님의 의도를 들어보겠습니다.
 
 

 Q. 작품을 만들 때 온전히 이 사건을 메인으로 다루겠다는 목적이 있으셨나요?  

 

A. 그건 아니라고 봐야할거 같네요. 그 당시에는 그 사건 자체가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에, 그냥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Q. 아, 이런 감성 있는 연출은 따로 목적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자기도 모르게 나온 표현인거군요?  
 
A. 그런게 좀 크죠. 그 사건으로 인해 심적으로 감성이 좀 충만해진 상태라 나온 것도 일부 있겠지만, 그냥 7,80%는 그 사건과 별개로 나온 거라 봐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Q. 선곡도 아예 의식 안 하신 건가요?  
 
A.  씁.. 선곡도 딱히 의식은 안 한 듯요.
 
 
 Q. 어.. 여기까진데요..ㅋㅋㅋ 감사합니다!  
 
A.  네네네, 감사합니다.

이게 뭔데요 ㅅㅂ

 
 
 
 

예상과는 달리 딱히 의도하진 않으셨다고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도, 예술이란 받아들이기 나름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요? ㅎㅎ
그것이 미학의 매력포인트니까요.
 
 

 
 
 

 
 
 
 
 
 
 
 
 
 
 
 
 
 
 
 
 
 
 
 
 
 
 
 
 
 
 
 
 
 
 
 
 
 
 
 
 
 
 
 
 
 
 

알피종말여행

 
https://youtu.be/U-bWCcF8LvU

제작자 : 카이사르, 김굴뚝

 

 
 
박상주인의 한줄평 :

" 영원히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작품, 이 자체가 인터넷에 뭍힌 거대한 타임캡슐이다. "

 
 
 
이 작품은 애니 소재 합작 투디럭 3라운드에 알피팀이 투고한 작품입니다.
같은 합작에도 걸출한 수작들이 많지만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작품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혼자 집에서 부대찌개를 먹으며 투디럭 최초공개를 보고 있었는데요.
뛰어나게 연출된 영화를 봤을 때가 가끔 느껴지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소스로 쭉 밀어붙여야 하는 경연합작의 특성상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요.
이 작품은 그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굉장히 훌륭한 방법으로 타파합니다.
 
이 작품의 구성은 1,2부가 나뉘어져 있는 형식입니다.
1부에서는 개그를 위한 유머부분과 투디럭의 모든 팀에 대한 리스펙이 담겨있고,
2부에선 퀄리티로 승부하는 하이라이트로 넘어갑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1,2부로 넘어가는 그 전환 부분입니다.

1:30

 
 
 
 
 
 

우리는 과연 어떤 것에 추억을 두고 있을까요?
교련복에 큰 뿔테 안경을 차고 이문세 노래를 듣던 80년대에 향수를 느낄까요?

80년대 서울의 모습

 
 
인터넷의 발족과 함께 성장해온 우리의 어린시절에는 항상 플래시 게임이 있었습니다.
저도 주말이면 형과 함께 컴퓨터에 앉아서 키즈짱이나 주니버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자라 더욱 화려한 것들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수수하지만 우리를 따듯하게 받아주던 전애인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2020년 12월 31일 플래시는 종료되고, 영원히 추억으로 남게되버립니다.

플래시 종료를 맞아 투고된 합작 'Re?'

'알피종말여행'은 이러한 우리의 감정을 매우 잘 이해하고,
추억이란 감정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많은 알피의 에피소드 중에서도 타임캡슐편을 대사로 차용했는데요.
 
타임캡슐이란?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캡슐 안에 넣어 땅 속에 묻어 보존했다가 특정 시기에 열어서 확인하는데요.
 
저는 이 작품 자체가 하나의 타임캡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전반부가 끝나고
타임캡슐에 대한 대사를 들었을 때,
저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대사가 알피종말여행이라는 작품과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었습니다. 이 투디럭이라는 합작과의 연결이였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합성이라는 문화와의 연결이였습니다.
 
모든 알피 에피소드와 모든 투디럭의 애니 소재에 대한 오마주들이
알피종말여행이라는 타임캡슐에 담겨 누군가, 언젠가 열어볼 그날을 위해 묻힌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카이사르님은 이 대사를 과연 어떤 의도로 넣었을까요?
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느낌을 받기를 바랬을까요?
 
 

 Q. 아무래도 플래시 소재다 보니 타임캡슐이 좀 의미심장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하하하. 일단은 그 음원 만들 때, 알피 안 쓰이던 편들을 정주행을 했구요. 그러다 타임캡슐 편도 보게 됐는데, 그냥 소재로 쓰이기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마침 추억적인 느낌도 있고, 좀.. 과거의 소재를 발굴한다는 느낌? 그런 느낌도 들었고.
 또 중요했던 게, 애니메이션 '소녀종말여행'을 보면은 두 주인공이 건물에 들어가서 무슨 컴퓨터를 켰더니, 멸망하기 전의 세계에 있던 영상들이 막 나오는 장면들이 있거든요. 그거를 보고, '생각해보니 이거 약간 타임캡슐 같은 거 아닌가' 싶어갖고, 네타가 좀 맞는 것 같아서 한번 써보자 했어요. 물론 영상에 그것이 비슷하게 구현을 하진 않았지만.. 대사가 잘 맞는 것 같아서 넣어봤습니다.

 
(그 뒤에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 물어봤는데 흔쾌히 대답해주셨습니다..ㅎㅎ)
 
실제로 찾아봤더니 소녀종말여행의 그 장면은 꽤나 유명한 장면이더군요.
따로 클립으로 돌아다닐 정도로요.

 
이 장면도 어떠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가장 평범한 모습이
더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리움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갖고놀았던 시간이 얼마 안 되보였던 것들이
어느새 나의 추억이 되어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알피종말여행은 짧게 넣어진 어린 아이의 평범한 대사와 상황들로
저로 하여금 이런 감정을 들게하는 것입니다.
 
 
 
예술 창작의 미덕인 절제와 은유를
합성에서 이런식으로 또 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절들이 추억이 될 날은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요?